




1777년 정조 1년, 끊임없는 암살 위협 속에 밤에도 잠을 이루지 못하는 젊은 왕 정조. 그의 곁을 그림자처럼 지키는 상책과 금위영 대장 홍국영, 그리고 궐 안의 실세이자 노론의 수장인 대왕대비 정순왕후 사이에는 숨 막히는 기싸움이 이어진다. 정조의 처소인 '존현각'을 중심으로 은밀한 음모가 피어오르는 가운데, 궐 밖에서는 조선 최고의 살수가 왕의 암살 의뢰를 받으며 폭풍 전야의 긴장감이 감돈다. 왕의 목숨을 노리는 자와 지키려는 자들의 엇갈리는 24시간.
최종 검토: then&there 콘텐츠 제작팀 · 2026.08.23 · 편집 방침 보기
경희궁 존현각, 깊은 밤. 촛불 아래 홀로 깨어있는 왕. 지붕 위에서 들려오는 미세한 인기척, 서서히 조여오는 살기. 영화 <역린>은 즉위 직후의 젊은 왕이 궁궐 한복판에서 자객과 마주하는 단 하룻밤을 통째로 스크린에 옮겨놓는다. 신하도 호위도 온전히 믿을 수 없는 밤, 왕은 오직 스스로의 판단만으로 살아남아야 한다.
극이 그리는 살얼음판 같은 밤은 실제 역사에서도 낯설지 않다. 1777년(정조 1년), 정조의 처소인 존현각 지붕 위로 자객이 침투한 사건이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돼 있다. 같은 해 유사한 침입 시도가 다시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며, 배후로는 사도세자의 죽음에 연루된 노론 벽파 계열, 그중에서도 홍상범 등이 지목되었다. 가장 안전해야 할 궁궐 심장부가 이토록 허술하게 뚫렸다는 사실은 당시 조정에 큰 충격을 안겼다.
다만 영화 속 시점은 실제와 다소 다르다. 정조가 왕위에 오른 것은 1776년, 자객 침입은 그 이듬해의 일이다. 영화는 즉위라는 배경과 1777년의 침입 사건을 하나의 밤으로 압축해 극적 긴장을 만들어냈다. 극 중 자객 '을수'를 비롯한 인물들도 실존 기록보다는 창작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정조가 신하들 앞에서 『중용』을 강의하는 장면 역시 그의 학자군주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한 각색으로 보인다.
사건 이후 정조는 숙위소를 중심으로 호위 체계를 대폭 강화하고, 최측근 홍국영에게 힘을 실어주며 자신의 자리를 지켜나갔다. 그런데 이 위태로운 밤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정작 그 전해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사도세자의 아들이 반대 세력의 감시 속에서 어떻게 왕좌에 올랐고, 규장각과 숙위소라는 방패를 어떻게 미리 세워두었는지 — 그 출발점의 이야기는 정조 즉위에서 이어진다.
사건을 따라가며 다른 시대, 다른 작품으로 계속 이어가 보세요.